기억(memory)은 시간의 역사가 저장된 것이다. 그 저장이라는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드는 근본이다. 나는 내가 살아온 과거에 기반해 있고, 그게 없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다. 단순히 기억상실의 문제가 아니라, 생물학적인 동물 그 자체만이 남는 것이다. (아... 그러고 보면, 동물도 일정정도 기억에 기반한 삶을 산다.)
내가 가진 기억은 나를 있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인데, 그 기억은 점점 가물가물거린다. 나의 어제는 좀 많은 기억의 단편들이 있지만, 어린시절은 몇몇 단편밖에 남지 않았다. 그 사실은 내 근본을 흔들리게 한다. 난 어릴때의 과정없이 갑자기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. 그러기에 이 영화는 개연성이 있다. 거기에다가 패턴화된 일상생활들은 그냥 그러겠지 뭐 하고는 생각없이 넘어가게 된다. 쉘비치로 가는길이요? 큰 길 고속도로타고... 아니다, 간선도로인가,, 어떻게 갔었지? 하면서...
우리주변에 보면 기이한 생활을 하는 몇몇 이들이 있다. 홍대에서 안양집까지 걸어서 가본다던가, 안가본길을 의도적으로 다닌다던가. 사실은 그런 행동들이 있기에 우리 세상은 그렇게 작은 스케일은 아니다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, 단지 스케일만 커졌을 뿐, 우리가 갇혀진 공간속에서 실험대상일 수도 있다는 의문은 역시 그대로이다. 하긴, 어느 한 공간이 있다면, 그 공간의 끝이 존재할텐데, 그 끝은 어떻게 생긴것일까를 고민했던 옛날 사람들. 하지만 지구는 둥글었다. 그 공간의 끝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. 하지만, 그 고민은 "우주" 라는 공간에 대해 역시 마찬가지다. 그 넓은 우주라고 우린 알고 있지만, 사실은 세팅된 실험공간에서 그 공간의 끝을 설정하려다보니, 어쩔 수 없는 환경세팅이였는지도 모른다.
-- yong27 2007-02-17 11:15:45